
1.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20대에는 젊음이 전부였고,30대에는 성공이 답인 줄 알았고,40대는 버티는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렇게 달려오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50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감정이 달라졌다.예전에는 화가 나면 크게 화를 내고,슬프면 울었고,기쁘면 소리 내어 웃었다.감정이 단순했다.
뜨겁거나 차갑거나.
그런데 50대가 되니 감정이 복잡해졌다.
기쁜데 슬프고,웃는데 눈물이 나고,자식이 잘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쁜데 왜인지 모르게 코끝이 찡하다.
오랜 친구를 만나면 반가운데 헤어질 때 묘하게 허전하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가 어려워졌다.
2.눈물이 많아졌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부모 자식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이 난다.뉴스에서 누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눈물이 난다.심지어 걷다가 꽃잎,나뭇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들이었다.
살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꾹꾹 눌러왔던 거다.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던 날들,힘들어도 '나 하나 참으면 되지'
하며 힘들다 말 못했던 시간들,그것들이 50대가 되어서 조금씩 새어 나오는 거다.
눈물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건 약해진 게 아니다.
그 만큼 많이 살안낸 거다.
3.주위가 달라졌다.
연락라던 사람들이 하나둘 줄었다.바쁘다는 핑계,어떠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핑계.
명절에 북적이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각자의 삶으로 흩어졌다.연락하면 반갑지만,먼저 연락하기가 왜인지
망설여진다.
내가 변한건지,세상이 변한건지.
아마 둘 다일거다.
부모님은 연로해 지셨고,아이들은 독립하고,친구들은 각자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50대 주위는 조용해진다.시끄럽던 삶이 갑자기 볼륨을 낮춘 것처럼.
그 조용함이 처음엔 낯설고 무겁다.
4.몸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프고,눈이 침침하고,아침에 일어나면 어딘가 뻐근하고 머리가 무겁다.
예전에는 무리하더라도 하루 자고 나면 멀쩡했는데,이제는 이틀이 지나도 피곤함이 남는다.
몸이 신호를 보내는 거다.
이제 나를 좀 봐줘.
평생 남을 챙기느라 정작 내 몸 돌보기에 무심했다.
50대의 몸은 나에게 청구서를 조용히 내민다.무시하면 더 큰 청구서가 올꺼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모든 변화들이 처음에는 두렵고 당혹스러웠는데,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복잡해진 감정은 깊어진 삶의 증거고,많아진 눈물은 풍부해지진 공감의 표현이고,조용해진 주위는 진짜 소중한
것을 가려내는 과정이고,몸의 신호는 나를 돌보라는 첫 번째 초대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0대가 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근데 이상한 일들이,사실은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늦지 않았다.지금부터가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