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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늦게 오는 사람도 있더라

by 늦게 핀 꽃 2026. 4. 22.

1. 벚꽃이 지는 걸 보며 울었던 적이 있다.

꽃이 슬퍼서가 아니었다. 저 꽃은 저렇게 온 힘을 다해 피었다가 미련 없이 지는데, 나는 30년을 살았는데 단 한 번도 

활짝 핀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누군가의 아내로 살았다.아주 거창한 사랑이 아니어도 되었다. 따뜻한 눈길, 위로면 충분 헸었다.

처음에는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서툰 결혼 생활의 시작이었으니,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

결혼 생활이라는 게 이런 건가 라는 의문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키우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냥 잊혔다.

아이들은 결혼 생활 유지 핑계가 되었다. 그게 편했다. 30년을 아내로 최선의 내조를 했고, 나름 외며느리의 도리를 

했다. 아이들은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원하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2. 혼자를 선택했다.

결혼은 그가 선택했다면, 헤어짐은 나의 선택이었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나를 돌보지 않았다. 우울증, 메니에르, 심한 불면증, 공황장애를 앓았다.

어느 날 아침, 커피를 마시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다.

비록 경제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지금 마시는 커피는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것이다. 별것 아닌 

일상생활이었지만 나의 의지로 사는 삶이라니, 눈물이 났다.

3. 혼자가 되었다.

우선 집을 줄였다. 살던 집에서 절반정도 되는 평수로 옮기다 보니 가구들은 모두 버려졌다.

살림도 줄였다. 마음도 가벼워졌다. 요리는 멈췄다.

아이들은 직장 생활 때문에 제 생활을 꾸렸다.

나는 내 삶에서 처음으로 오롯이 나를 위한 삶을 살려고 한다

시작이다. 50대 후반.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벚꽃을 보다가 알았다.

봄은 늦게 오는 사람도 있더라. 결국은 온다. 나의 봄을 찾아서, 오늘 첫걸음을 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봄은 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