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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어질 때

by 늦게 핀 꽃 2026. 4. 19.

아침마다 거울을 본다.

세수를 하고,로션을 바르고,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선다.근데 어느 순간부터 거울 속 얼굴이 낯설다.

저게 나인가?

눈가의 주름,처진 얼굴라인,깊어진 팔자주름.분명 매일 보던 얼굴인데,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20대의 내 얼굴을 기억한다.

지금보다 훨씬 빛났다고 생각했는데,사진을 꺼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그때도 나는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우리는 늘 지금의 얼굴을 사랑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때가 얼마나 빛났는지를 알아차린다.

 

50대의 얼굴은 거짓말을 못한다.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많이 웃은 사람은 눈가의 주름이 예쁘게 웃음주름이 깊고,

많이 운 사람은 눈빛이 깊다.고생한 만큼,버틴 만큼,사랑한 만큼 얼굴에 새겨진다.

주름은 나이가 든 흔적이 아니라,살아낸 흔적이다.

그럼에도 솔직히 말하면,

그걸 알면서도 거울 앞에서 한숨이 나올때가 있다.

젊어지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그냥 거울 속 내 얼굴에서 내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

평생 누군가를 위해 살다보니,정작 나는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그 낯설음은 사실 외모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

그게 거울 앞에서 드는 진짜 감정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거울을 다르게 본다.

주름,처진 얼굴을 보는 대신,오늘의 내 눈빛을 본다.살아있는지,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아직 설레는 게 남아있는지.

살아있는 눈빛을 가진 사람은 나이가 없다.

눈빛은 거짓말을 못한다.

아무리 비싼 크림을 바르고,아무리 잘 차려입어도 눈빛이 꺼져있으면 그 사람은 어딘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주름이 깊고 흰머리가 가득해도,눈빛이 살아있는 사람은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그것을 안다.느낌으로.

나는 언제부터 눈빛이 꺼졌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서서히였다.어느날 갑자기가 아니라,매일 조금씩.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한꺼풀,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면서 한 꺼풀,내 감정을 못 본척하면서 한 꺼풀.

그렇게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거울 속 내가 낯설었던 것이다.

내 눈인데,내가 없었던 것이다.

눈빛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나이와 상관 없이.조건과 상관 없이.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했을 때,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을 때,두렵지만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 순간 거울 속 눈빛이 달라진다.

살아있는 신호다.

오늘 거울 속 당신의 눈빛은 어떤가요?